쿠쉬티(Kushti)는 인도에서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오는 전통 씨름으로, 신체적 훈련과 정신적 수양이 결합된 종합 무예이자 수행 체계입니다. 붉은 진흙 위에서 맨몸으로 겨루며, 공동체적 수련장인 아크하라에서 식이요법, 명상, 규율 훈련을 함께 수행하는 이 문화는 무술을 넘어선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진흙 위의 철학, 쿠쉬티의 뿌리와 전통
쿠쉬티(Kushti), 또는 펠와니(Pehlwani)는 인도의 전통 씨름으로, 고대 인도에서 기원하여 무굴 제국 시대 이슬람 씨름 문화와 융합되며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잡은 무예입니다. 이 무술은 단순한 힘 겨루기를 넘어, 몸과 정신의 균형, 도덕적 수양, 공동체적 삶을 함께 추구하는 수련 체계로 발전해 왔습니다. 쿠쉬티의 무대는 붉은 진흙으로 덮인 '아크하라(Akhara)'라는 전통 수련장이며, 이는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라 사원과도 같은 신성한 장소로 여겨집니다. 수련생들은 새벽에 일어나 명상과 기도, 엄격한 체력 단련, 전통 식이요법을 따르며 하루를 시작하고, 씨름 훈련을 통해 신체적 강인함은 물론 정신적 절제와 공동체에 대한 충성을 배웁니다. 쿠쉬티는 또한 힌두 신화 속 전사, 예를 들어 하누만 신을 이상적인 수련자로 삼으며, '신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육체 단련'이라는 개념으로 접근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단순한 스포츠로 보기보다는 일종의 수행 체계, 혹은 종교적 수련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천 년 동안 쿠쉬티는 인도 각 지역의 아크하라에서 전승되어 왔으며, 지금도 하리아나, 우타르프라데시, 마하라슈트라 등의 지역에서는 활발히 수련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쿠쉬티는 국제 씨름 경기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전통 문화와 현대 스포츠 사이의 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쿠쉬티의 수련 방식과 신체·정신의 조화
쿠쉬티의 핵심은 씨름 그 자체보다, 그 씨름을 가능케 하는 삶의 방식 전체에 있습니다. 주요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진흙 훈련장 '아크하라': 아크하라는 붉은 진흙을 정화한 후 우유, 장뇌, 장미수 등을 섞어 부드럽고 향기로운 토양으로 만들며, 이는 씨름판이자 수련자의 '정신의 땅'이 됩니다. 이곳에서 맨발로 훈련을 진행하며, 땅과의 일체감, 겸손, 인내를 체득하게 됩니다. 2. 기술과 자세: 쿠쉬티의 씨름 기술은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밀거나 들어 올려 넘어뜨리는 것이 중심입니다. 어깨 던지기, 다리 걸기, 팔 고리기 등이 주 기술이며, 힘보다는 타이밍과 중심이동, 호흡이 더 중요시됩니다. 3. 식이요법과 육체 수련: 쿠쉬티 수련생은 채식 위주의 고단백 식단을 따릅니다. 우유, 아몬드, 기(Ghee), 바나나 등이 기본이며, 식사 전 기도와 식후 명상은 필수입니다. 체중 증진과 근력 유지를 위해 매일 수천 번의 팔굽혀펴기, 스쿼트, 목운동 등을 반복합니다. 4. 정신 수양: 쿠쉬티는 명상, 기도, 단식 등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욕망의 절제를 강조합니다. 싸움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며, 이는 고대 인도 철학의 자기 수련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5. 공동체 생활: 아크하라에 거주하며 함께 수련하는 수련자들은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형과 동생, 스승과 제자 간의 서열과 예절, 상호 책임은 단체 생활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됩니다. 6. 의례와 전통: 아크하라 입장 전 흙에 절을 올리고, 훈련 전 하누만 신상에 기도를 올리는 등의 의례는 신체 수련을 영적 수행과 연결시키는 매개체입니다. 7. 여가와 자기관리: 수련 외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기도, 음악 감상 등을 통해 정신적 에너지를 회복합니다. 일부 아크하라에서는 전통 악기 연주나 요가 수련을 병행하기도 하며, 이는 쿠쉬티가 단순한 무술을 넘는 문화적 수행 체계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쿠쉬티는 '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삶 전체를 조화롭게 가꾸는 길'로서 존재합니다.
전통을 지키는 땀의 철학, 쿠쉬티의 현대적 가치
현대 스포츠가 경기 중심의 기록 경쟁으로 치우치고 있는 오늘날, 쿠쉬티는 운동 이상의 삶의 철학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씨름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살고 조화롭게 성장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이 전통은,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인도의 여러 지역에서는 쿠쉬티를 통해 비행 청소년을 교화하고, 공동체 유대를 강화하며, 건강한 식생활과 정신 수양을 장려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특히 도시화로 인해 빠르게 사라져가는 전통 속에서, 아크하라는 지역 문화의 마지막 보루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씨름 경기에서도 쿠쉬티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인도의 전통 무예가 세계적 스포츠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쿠쉬티는 이제 단지 인도의 전통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정신수양 무예로서 그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쿠쉬티는 '땀으로 수행하는 철학'입니다. 씨름은 단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자기 절제, 공동체에의 헌신, 신과의 일치를 이루기 위한 여정이며, 그 여정 속에서 수련자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